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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당뇨’ 등 20세기 급증 질환…장내 미생물에 해법있다

2019.05.10

"현대인을 괴롭히는 알레르기와 제1형 당뇨병 등은 20세기 초만 해도 드문 질병에 불과했습니다. 원인은 인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미생물 군총)의 변화라고 추정합니다. 우리 몸 속 미생물을 알면 새로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거죠."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17~1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미생물학회 60주년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20세기 초만해도 국제적 문제였던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 위생 환경의 향상과 백신·항생제 개발로 사라졌으나 상대적으로 몸 속 미생물이 변화해 또 다른 질병이 대두됐다는 것이다.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가 한국미생물학회 60주년 학술대회에서 국내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산업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아토피 등 면역체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은 1930년대 학교당 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알레르기 환자는 1980년대 학급당 1명 수준으로 늘었고, 2000년대 들어 어린이 4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성질환의 대명사격인 당뇨도 마찬가지다.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제1형 당뇨는 희귀질환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서구형 식습관을 가진 국가들은 250명당 1명이 제1형 당뇨를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비단 알레르기, 당뇨만이 아니다. 사회적 문제로 증가하고 있는 비만과, 최근 비싼 가격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항체신약들이 치료 목표로 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 크론병 등도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는 질환이다.

미생물 연구자들은 이러한 질병의 변화가 미생물의 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보고 2000년대 들어 동물실험 등을 통해 관련성을 파악해 냈다. 이에 따라 최근 산모가 갖고 있는 미생물 군총이 신생아 아이들의 성장 및 질병 발병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고 대표는 "인종과 지역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호모 사피엔스 안에서 많은 질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계를 갖는다"며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료제 개발 단계에 진입해 학계나 산업계에서 주목받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현재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가장 앞서있는 치료법은 분변이식술(Fecal Microbiome Transplantation)이다. 분변이식술은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염증성 장질환 등이 있는 환자에게 옮기는 방법이다. 단, 이 방법은 일종의 시술로 산업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 대표는 "치료제가 되려면 효과가 일정해야 하는데 현재의 분변이식술은 이러한 점에서 한계를 갖기에 시술에 더 가깝다"며 "미국에서 캡슐 형태의 마이크로바이옴 임상시험을 하고 있어 미생물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이 머지않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세레스 테라퓨틱스, 리바이오틱스 등은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도 고바이오랩, 천랩 등 바이오기업이 미생물을 활용한 감염질환 치료 등을 위해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는 등 다양한 유전질환과도 상관성을 보여 인류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며 "인간 유전자가 2만3000개에 불과한데 반해 미생물 유전자는 300만개라는 점만 봐도 앞으로 인간은 미생물을 이용해 공존하는 방향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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